번아웃을 막는 건 워라밸이 아니다

번아웃은 업무 시간이 길어서 오는 것이 아니라, '현타' 즉, 일의 의미를 찾지 못할 때 온다. 번아웃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천천히 하는 것이 아니라, 일에 의미를 찾거나 환경을 바꾸는 것이다.

내가 생각하기에 일하면서 듣는 (또는 하는) 가장 어색한 말 중 하나가 야근하고 있는 사람에게 ‘천천히 하세요, 그러다가 번아웃 와요’ 하는 말이다.

사실 업무 시간이 길어서 때문에 번아웃이 오진 않는다. 번아웃을 겪던 시기를 떠올려 보면 그 원인이 단순히 일이 많아서는 아니었다. 내 경우에는 ‘현타’가 이유일 때가 더 많았다. ‘이렇게까지 하는데 왜 안 되지.’ 또는 ‘이게 이럴만한 일인가.’ ‘내가 여기서 뭘 하는 거지’ 하는 생각 말이다. 반대로 번아웃에서 벗어낼 때 또한 업무 강도가 낮아졌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환경이 바뀌었거나 내가 일에 의미를 찾았을 때 번아웃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러니까 어떤 경우에도 ‘천천히 하세요, 그러다가 번아웃 와요’는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 열심히 하는 것이 번아웃의 이유도 아니고, 천천히 하는 것이 번아웃의 해결책도 아니니까 말이다.

내가 생각하기에 버닝하는 사람에게 줄 수 있는 가장 적절한 말은 돕겠다는 말이다. 그 사람도 자신을 그렇게까지 갈아 넣고 싶지 않을 거다. 그럼에도 필사의 노력을 하는 이유는 스스로를 불태워서라고 해내고 싶은 뭔가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동료가 불타고 있다면 번아웃이 올 수 있다는 무시무시한 조언보단 도움을 주는 것이 적절할 것 같다. 도움이란 이런 것이다. 해내려는 일이 무엇인지 진심으로 이해해 주는 것, 비슷한 일을 겪어본 입장이라면 해낼 방법을 같이 고민하고 알려주는 것, 실질적으로 도울 수 없는 일이라면 응원을 해주는 것이다.

그러니 누군가가 미친 듯이 불태우고 있다면 그 불이 헛되지 않게 하는 편을 택하는 것에 좋겠다. 버닝에 진심어린 도움을 주는 사람이 있다면 그 불이 아름다운 폭죽이 되어 터지지 않고 불발로 끝난다고 하더라도, 아예 잿더미가 되진 않을 거다. 행여 모두 불발이 되더라도 다음 폭죽을 준비하는 새로운 불씨가 생길 거라고 믿는다. 불씨의 행렬이 계속된다면 그렇게 막고 싶었던 번아웃은 막아질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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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일에 대한 생각들

1. 흑백요리사가 여전히 화제다. 하도 여러 셰프들이 이렇다, 저렇다 해서 질릴 만도 한데 봐도 봐도 질리지 않는 사람은 에드워드 리 셰프다. 어떻게 사람이 파도 파도 미담만 나오지. 유퀴즈에 출연한 것을 봤는데 요리를 퍼즐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걸 여기로 옮기고 저걸 저렇게 하면 어떻게 되지?’하는 마음으로 본다고, 요리 앞에선 어린아이가 된다고

시들함은 해롭다

‘무엇이 나를 살아있게 만드는가’라는 책을 읽었다. 즐겨보는 ‘장동선의 궁금한 뇌’에서 소개해서 읽게 되었다. 책에서는 ‘시들함’이라는 마음 상태를 정의하고 이를 해소하기 위한 활력을 찾는 방법을 말한다. 마침, 당시 내 감정 상태도 딱 그러해서 공감하면서 읽었다. 책의 내용을 빌리자면 시들함은 다음과 같다. * 건강하고 경제적으로도 안정되었으니 축복받은 셈이라고 생각하면서 불안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