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움의 쓸모

사는 게 마음에 들지 않고, 뭐부터 해야 할지 막막할 땐 가장 두려운 일 먼저 해야 한다. 이 삶의 프로토콜은 트위치 창업자 Michael Seibel 의 영상을 보고 생겼다. 두려움은 좋은 신호다. 내가 뭔가를 두려워하고 있다면, 그게 가장 먼저 해야 하는 일이란 얘길 듣고 한대 얻어맞은 것 같았다. 두려움을 피하거나 맞서려고 했는데 이런 쓸모에 대해서는 생각해 본 적 없었다. 두려움은 가장 직관적으로 우선순위를 판단할 수 있는 신호라는 말은 나를 크게 바꿨다.

그래서 내가 지금 일이 (개인적으로든, 업무적으로든) 안 풀린다, 하는 일에 성과가 없다, 성장하는 것 같지 않다 싶으면 지금 내가 제일 두려운 게 뭐인지 생각해 보는 버릇이 생겼다.

요즘 상황은 이랬다. 새로운 회사에 한 달째인데, 생각보다 일이 손에 붙는 데 시간이 걸린다 싶었다. 그간 경험에 의하면 한 달쯤 지나면, 내 일의 시작과 끝을 알 수 있었고 더 하고 싶은 게 생겨서 정리하기에 바빴는데 아직 그 단계에 진입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돌이켜봤다. 지금 내 두려움이 뭔가. 사람을 사귀기 어려워하는 내향인인데 새로운 회사는 나에겐 무척 난이도가 높은 환경이었다. 이번에 맡은 일엔 도메인 지식이 하나도 없어서 일에 필요한 정보를 모두 새로 배워야했는데 그러려면 자꾸 물어보는 것이 필수였다. 하지만 친숙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뭔가를 물어보는 것이 어색해서 직접 질문하는 일은 최후의 수단으로 남겨두고, 계속 노션에서 검색하고 슬랙에서 찾아보며 혼자 히스토리를 파악하려고 하니 속도가 더딘 것이었다.

이걸 깨닫고 의식적으로 더 자주 물어보고, 물어보기 쉬운 신뢰 관계를 형성하려고 노력했다. 가까이 일하는 사람들과 커피챗을 요청하고 느슨한 협업 관계자들과도 더 자주 메시지를 주고받았다. 일면식 없더라도 당돌하게 슬랙에서 멘션 하는 것도 꺼리지 않고.

이렇게 한 주를 보내니 훨씬 편해진 기분이다. 작년쯤인가, 그때도 두려운 일을 먼저 하기 프로토콜의 효과를 톡톡히 봤는데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막막할 땐 내 두려움을 알고 가장 두려운 일을 먼저 하기. 안 까먹게 계속 써야겠다.

두려운 일 먼저 하기, 두려운 일 먼저 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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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처음은 욕심만큼 못해

잘 해내고 싶어서 욕심을 부릴 때가 있다. 하지만 욕심만큼 잘 해내는 일은 자주 일어나지 않는다. 내 욕심은 100에 있는데 실제로 할 수 있는 건 80정도 성취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번 주 인터렉션을 매끄럽게 잘 만들고 싶은 화면이 있었다. 레퍼런스도 엄청나게 찾아보고 계속 파고들면서 이것저것 시도해 봤는데 결론은 허무하게도 복잡한 효과가 들어가지

회사 안의 내가 행복해야 회사 밖의 나도 행복하다.

참여하는 디자이너 스터디가 있다. 한 달에 한 번 책이나 특정 주제에 관해 이야기하는데 지난 12월에는 연말답게 1년의 디자인 작업을 돌아보며 어떻게 일을 할 것인지에 관해 이야기했다. 이야기하다 보니 직장인으로서 누구나 빠지기 쉬운 순환 고리를 알게 되었는데 흐름은 이렇다. * 의욕적으로 회사 일을 열심히 하고 스스로를 갈아 넣는다. * 하다 보면 내 선에서

신뢰의 와우 모먼트

많은 영역이 직감으로 작동한다고 믿는다. 특히 사람에 대해서는 더욱 그렇다. 첫인상이 오래 가는 것처럼 말이다. 최근에 신뢰도 선형적으로 쌓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감각적으로 작동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유저가 어떤 서비스의 가치를 깨닫고 계속 쓰게 되는 순간을 와우 모먼트라고 말한다. 이 공식은 디지털 제품이 아니더라도 모든 경험에 존재한다. 고생하더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