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eat team is serious, not solemn

내겐 무엇이 맞는지 모르겠고 혼란스러울 때마다 보는 영상이 있다. 디자이너 폴라 쉐어Paula scher의 테드 강의 ‘Great design is serious, not solemn.’가 바로 그 영상이다. 폴라 쉐어는 더 뉴요커의 칼럼니스트 러셀 베이커Russell Baker의 에세이에서 이 문장을 따왔다고 한다. 원문은 이렇다.

“Be serious, it says. What it means, of course, is, be solemn. Being solemn is easy. Being serious is hard. Children almost always begin by being serious, which is what makes them so entertaining when compared with adults as a class. Adults, on the whole, are solemn. In politics, the rare candidate who is serious, like Adlai Stevenson, is easily overwhelmed by one who is solemn, like Eisenhower. That’s because it is hard for most people to recognize seriousness, which is rare, but more comfortable to endorse solemnity, which is commonplace. Jogging, which is commonplace, and widely accepted as good for you, is solemn. Poker is serious. Washington, D.C. is solemn. New York is serious. Going to educational conferences to tell you anything about the future is solemn. Taking a long walk by yourself, during which you devise a foolproof scheme for robbing Tiffany’s, is serious.”


엄숙해지는 건 쉽다. 진지해지는 건 어렵다. 영상에 나온 비유를 이어나가자면, 요리책을 펴서 정확한 조리법에 따라 신선로를 만드는 것은 엄숙하고 오랜 자취 생활 끝에 나만 아는 비밀의 조리법으로 라면을 끓이는 일은 진지하다. 정장을 차려입은 친구들을 만나 퇴근 후 저녁을 먹으며 가상화폐의 미래에 관해 토의하는 일은 엄숙하다. 얼마 안되는 용돈을 가상화폐에 쏟아붓는 동생의 미래를 걱정하는 일은 진지하다. 호텔 중식당의 화장실에 페이퍼타올 대신 작은 수건을 두는 것은 엄숙하고, 멘보샤에 진심인 중국집에서 안경을 닦는 티슈와 머리끈을 준비해두는 것은 진지하다.

스타트업으로 이 비유를 가져와보면 이렇다. 수집된 제품의 사용자 데이터를 보며 제품의 방향을 조정해나가는 일은 엄숙하다. 부끄러울 정도로 별것 없는 초기 버전의 제품 프로토타입을 들고 나가 사용자 인터뷰를 하는 것은 진지하다. 우리가 진입하려는 시장의 크기를 조사하고 회사의 목표 가치를 설정하는 일은 엄숙하고 우리가 해결하고 싶은 고객 문제를 치열하게 붙잡고 올바른 해결책을 고민하는 것은 진지하다.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양식에 따라 스크럼을 하는 일은 엄숙하고 옆 자리 개발자와 끊임없이 중간중간 작업물을 보며 계획을 조정해가며 고민하는 것은 진지하다.

진지함은 엄숙함에 종종 쉽게 진다. 세련된 엄숙함에 비해 진지함은 거칠고, 노련하지 못하며, 무모하고 가끔 바보같기도 하다. 하지만 진지함은 대체로 진심에 가깝고 정직하다. 스타트업이 활용해야 하는 무기는 어쩔 수 없이 진지함이다. 체계, 규율, 절차가 미덕인 엄숙함은 스타트업에서 추구하기에는 적절하지 않다. 엄숙함으로 무장해 성벽을 쌓을 수 없다면 스타트업이 마땅히 장착해야 할 것은 결국 진지함이다. 진지함은 말도 안되는 일을 가능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엄숙함으로는 서로의 의자가 맞닿은 좁은 사무실에서 세상을 바꾸겠다는 꿈을 결코 꿀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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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에 대한 기대감이 낮은 팀에 속해 있다면, 디자이너가 할 수 있는 일이 제한적인 것이 현실이다. 디자인이 가져올 임팩트에 대해 신뢰가 낮다면 모든 것이 결정된 뒤에 디자이너에게 프로젝트의 세부 사항이 공유되고 그렇기에 디자이너의 자율성도 떨어질 수밖에 없게 된다. 디자이너가 뭐라도 더 좋게 바꿔보고 싶어서 개선점을 계속 제안한다 해도 상황이 크게 나아지진

멘탈관리와 GP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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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우아한 형제들의 ‘송파구에서 일 잘하는 방법 11가지’라는 포스터가 주목을 받은 적이 있다. 고루한 단어를 골라 엄격하게 작성해야 할 것 같은 조직 문화를 매우 캐주얼하게, 캐주얼하다 못해 아예 마음에 콕콕 박히게 써서 모두 공감할 수 있었기 때문인 것 같다. 몇 년이 지나서 우아한 형제들의 ‘배민다움’에 대한 정의는 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