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택근무, 멀리서 해봤습니다

재직 중인 회사는 재택근무가 자유롭고 어디서든 일할 수 있는 근무 환경을 제공한다. 이런 어디서든 근무하는 환경(WFA, Work From Anywhere)은 점차 많은 국내외로 회사들이 시도 중인데, 알려진 곳으로는 스포티파이와 에어비앤비가 대표적이다.

우리 회사에서도 22년도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WFA를 도입했고 그 체험을 해보고자 일주일 동안 강원도 일대에 머물며 일했다. 일요일 저녁에 한산한 시간에 강릉으로 이동했고 저녁에 숙소에 체크인해서 월요일 하루를 온전히 보냈다. 화요일 아침에는 삼척으로 이동해서 금요일까지 3박 4일간 팀원들과 함께 같은 리조트에 묵으며 리모트 워크를 했다. 그러니까, 혼자 일한 상황과 팀원들과 같이 일하는 상황을 모두 겪어본 셈이다.

나에게 가장 궁금한 것은 ‘같은 생산성으로 일할 수 있는 것인가’하는 질문이었다. 아무래도 익숙하지 않은 곳에서 일하면 (그리고 바로 눈앞에 바다가 있으니까!) 예상보다 집중이 안 될 수도 있고 낯선 환경에 컨디션이 떨어질 수도 있지 않을까 걱정했다. 하지만, 결론은 생산성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한적한 곳에서 일한다는 것

삼척은 무척 한가로운 곳이었다. 다른 강원도 바닷가에 비해 서울로부터 거리가 있고 잘 알려지지 않아서인지 사람도 별로 없고 차가 막히지도 않았다. 주로 숙소 내에서 일했는데 (방과 거실이 분리되어있고 거실에 식탁이 있는 구조였다) 환기가 필요해서 창문을 열면 신선한 바람이 불었고 로비로 내려가기만 해도 눈앞에 바다가 보이고 파도 소리가 들렸다. 그렇게 일을 하다가 커피라도 마실라하면, 다른 곳으로 이동했어야 했다. 걸어서 갈 수 있는 곳은 없었으므로 차를 타고 이동했고 가장 가까운 곳도 차로 15분 거리였다.

위와 같은 환경이라면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바로 앞이 바다인데 놀고 싶어서 일이 되겠어?”, “차 타고 밥 먹으러 가야 하면 점심시간이 얼마나 길어야겠어, 그렇게 일이 되겠어?” 아니면 “그게 놀러 가는 거지, 일하러 가는 거야?”

근데 정말로 좋았다. 높은 생산성을 내기 위해서 시간 관리가 필요한 것도 맞지만 그와 동일하게 필요한 것이 집중력과 에너지이다. 시간(Time)과 동일하게 에너지(Energy)와 집중력(Attention)이 필요하다는 것이 TEA framwork1의 핵심인데 그중에서 시간은 더 생산할 수 없지만, 에너지를 빠르게 회복하거나 집중력을 더 올리는 것은 가능하므로 두 가지를 관리하는 게 더 효과적이라고 주장한다.

그런 면에서 삼척에서 일하는 것은 에너지를 회복하기에 무척 용이했다. 창문을 열어서 상쾌한 공기를 마시기만 해도 서울에서는 경험하지 못한 산소가 들어오는 것 같았고, 빠르게 오가는 슬랙창을 보다가도 고개를 들어 파도를 보면 괜히 초연해져서는 스트레스를 훨씬 덜 받았다.

15분 거리의 카페에 갈 때도 그랬다. 잠깐 나와서 창문을 열고 바닷가를 드라이브하면서 커피를 마시러 가니 금방 재충전이 되는 것 같았다. 그래서 결론적으로 무슨 일이 일어나도 ‘그래도 할만하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만 그랬던 것은 아니었다. 함께 갔던 동료들에게도 나의 경험을 이야기하니 다들 평소 같았으면 스트레스를 받았을 만한 상황에서 ‘그래도 이렇게 하면 방법이 있을 것 같은데’하고 마음이 너그러워졌다고 했다.

집이 아닌 곳에서 머물기

집을 떠난다는 것은 환경이 완전히 달라지는 비일상적인 일이다. 우린 일상에서 무수한 습관을 지니고 있다. 그중 일부 습관은 큰 의미는 없지만 시간을 꽤 들이게 되는 일도 있는데 나에겐 그런 습관이 퇴근 후 무의미하게 SNS를 돌아다니는 일이었다. 일상으로부터 멀어지니까 일상적인 습관으로부터도 멀어졌다. 강릉과 삼척에 갈 때부터 ‘이건 비일상적인 일주일이고 가서는 일도 하고 휴식도 취하면서 지낼 거야’라고 마음을 먹고 가니 SNS를 보다 자는 습관으로부터도 자연스럽게 멀어지게 되었다. 잠도 더 푹 잤다. 결국 비생산적인 습관이 제거된 일주일을 보내게 되었다.

몰입된 팀 경험

삼척에서는 3박 4일 동안 팀원들과 함께 머물면서 리모트 워크를 했다. 사실 팀원들과 먹고 자면서 일도 하는 3박 4일이 내향인인 나로서는 걱정이 무척 되었다. 퇴근 후 시간도 함께 보내는 것이 좋을 것 같기도 하고 힘들 것 같기도 했다. 걱정이 들던 1일 차 낮이었다. 이번 주 내로 빠르게 논의를 시작해야 하는 일이 발생했고 저녁 시간으로 회의 일정을 잡았다. 참석자를 살펴보니 모두 삼척에 와있는 사람들이었다. 그래서 회의라는 틀에 박히지 않고 저녁을 먹은 후 캐주얼한 분위기에서 필요한 의논을 했다. 우리 회사는 80% 이상이 재택근무를 하기 때문에 모든 인원이 오프라인에 있어서 모두가 오프라인에서 참석하는 회의는 참 오랜만의 일이었다.

마침 다뤄야 하는 내용이 빠르게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일이 아닌 기회를 탐구하는 형식에 가까운 일이었는데 그래서 더 풍부한 대화를 나누는 것이 도움이 되었다. 제품 개발의 프로세스를 크게 보면 문제를 발견하고 솔루션을 탐색하는 단계와 솔루션을 치밀하게 만들어가는 단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중에서 더 풍부한 대화가 필요한 단계는 문제를 발견하는 단계다.

문제를 발견하거나 솔루션을 탐색하는 일, 혹은 한 번에 대규모 인원이 몰입해서 문제에 공감해야 할 때 이런 팀 차원의 리모트 워크가 효과적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팀 혹은 개인이 WFA 할 때 TIP

혹시 집이 아닌 곳에서 리모트 워크를 할 계획이 있다면 전수해주고 싶은 몇 가지 팁이 있다.

  1. 지속적으로 일할 공간이 있는지 꼭 확인해야 한다. 업무 공간이 마땅하지 않아서 계속 카페를 찾아야 한다면 평소와 같은 생산성으로 일하기 어렵다. 나 역시 WFA 도중 카페에서 일했던 적도 있었는데 소음과 와이파이 문제로 회의가 어려워서 무척 난감했다. (카페 와이파이는 잘 되다가 꼭 회의 시간만 되면 문제가 터진다) 숙소에 비즈니스 센터가 있는지 확인하는 것도 필요하다. 체크인 이전 시간과 체크아웃 이후 시간이 난감해질 수 있다.
  2. 평소 일하는 환경에서 필요한 장비를 가져오는 것도 좋다. 나의 경우에는 여행이니 간소하게 간다고 노트북 스탠드를 챙겨가지 않은 것이 문제였다. 반면 다른 개발자 동료는 스탠드와 키보드 테스트 장비도 가져오기도 하고 다른 PM은 모니터를 챙겨오기도 했다. 이런 사소한 것들이 평소 같은 생산성을 유지하는 데 매우 도움이 된다.
  3. 팀이 모두 함께 같은 지역에서 리모트 워크를 하게 된다면 업무 외 시간도 많이 보내게 된다. 그게 득이 될지 실이 될지는 상황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사적인 시간과 공적인 시간을 분리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이번 우리 팀의 경우 1인 1실을 사용하는 것도 이런 의도적 거리감과 적당한 친밀감을 형성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또 개개인의 성향에 따라서 하루는 저녁을 함께 먹고 다음 날은 각자의 시간을 보내곤 했는데 이런 것들이 가이드가 되어도 좋겠다는 생각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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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탈관리와 GPT

매일 컨디션 관리를 위해 비타민을 먹는 것처럼 정신적 컨디션 관리를 위해서도 습관이 필요하다. 명상이 효과적이라는 말을 듣고 시도도 해봤지만, 적절한 명상법을 찾지 못했다. 명상 가이드를 듣는 내내 딴생각을 하거나 잠들기 일쑤였다. 좀 더 적극적인 방법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다가 멘탈 헬스 케어 서비스들을 탐색하게 되었는데 국내에서는 디스턴싱이라는 서비스가 있었고, 해외 서비스로는 Stoic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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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우아한 형제들의 ‘송파구에서 일 잘하는 방법 11가지’라는 포스터가 주목을 받은 적이 있다. 고루한 단어를 골라 엄격하게 작성해야 할 것 같은 조직 문화를 매우 캐주얼하게, 캐주얼하다 못해 아예 마음에 콕콕 박히게 써서 모두 공감할 수 있었기 때문인 것 같다. 몇 년이 지나서 우아한 형제들의 ‘배민다움’에 대한 정의는 꽤

직업은 애증

몇 년 전 ‘연예인 매니저로 살아남기’라는 프랑스 드라마를 재밌게 봤다. 연예 기획사의 매니저들의 에피소드를 담은 넷플릭스 시리즈이다. 나는 일 욕심이 많아서인지, 직업의 희로애락을 다루는 오피스 물을 모두 재밌게 보는 편이다. 이런 드라마를 보면 주인공들의 바보 같은 실수, 무모한 열정, 가끔의 희열에 나도 모르게 힐링 받는다. 문득 이 드라마가 생각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