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동기로 버티는 능력

예전에는 흔들리지 않을 무한한 동기부여의 샘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요즘은 생각이 바뀌었다. 시기마다 동기부여가 다른 것이 더 자연스럽다. 어떨 땐 함께 일하는 동료가 좋아서 몰입될 수도 있고, 어떨 땐 하는 일 자체가 재밌어서 몰입될 때도 있고, 어떨 땐 성취감 때문에 성실해지기도 한다. 그 이유가 그 생각으로 인해 지금 하는 일이 재밌고 더 열심히 하게 만들어준다면 뭐든 좋다는 것이 요즘 결론이다.

이런 작고 소중한 동기들은 힘들 때 더 가치가 있다. 일을 하다 보면 ‘요즘 나 왜 이렇게 잘하지?’ 하는 시기도 오고 ‘왜 이러지'하는 시기도 찾아온다. 이런 시기는 언제 올지 알 수 없고 언제 떠나갔는지도 모르게 지나가기도 한다. 그저 버티면서 지내다 보면 생산성이 떨어지는 시기를 지나와있다.

이렇게 온전히 견뎌야만 성장할 수 있는 시기에 한 가지 동기로만 살아남으려고 하지 말고, 다른 이유를 찾아내는 것이 나에겐 도움이 되었다. 나를 움직이게 했던 동기가 정말 작게는 사무실이 좋아서 일 때도 있었고, 새로 바꾼 노트북의 키감이 좋아서 일할 맛이 날 때도 있었고, 심지어는 저녁에 뿌듯하게 맥주를 마시고 싶어서 하루를 열심히 살기도 했다. (바쁠수록 왠지 맥주가 더 맛있더라)

물론 일을 이끌고 갈 큰 동기부여가 있으면 좋다. ‘사람들이 얼마나 여행 가고 싶어 하는데, 나는 그 경험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는 거야!’라고 생각하는 것은 자긍심을 느끼게 한다. 이런 큰 동기 부여로 사소한 어려움들은 뛰어넘게 된다. 오늘 너무 지치더라도 “그래도 이런 좋은 일을 하니까.”라고 생각하게 되니까.

하지만, 나의 경우에만 비춰보면 정말 지쳤을 땐 저런 생각이 도움이 되기 어려웠다. 내가 업무로 번아웃이 와서 모든 것이 부질없게 느껴지는데 “여행의 경험을 좋게 만드는 거야!” 같은 고생한 동기는 너무 나와 멀게 느껴지고 “그래서 뭐!”라는 반응만 일으킬 뿐이었다. 그럴 땐 오히려 “아, 그래, 오늘 잘 해내고 저녁에 넷플릭스 봐야지”나 “그래도 팀원이 혼자 고생하는데 어떻게 모른 척 해” 같은 생각들이 “정신 차려!”를 외치게 했다. 그러다가 비생산적인 시기를 버티고 지나서 보면 다시 직업에 대해 숭고한 의의를 되찾기도 한다.

그래서, 멋진 일을 멋지게 하려면 우선 버티고 봐야 된다. 그 버티는 방식이 거룩한 것이든 사소한 것이든, 웃기는 것이든 크게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우선 “버텨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내일 출근해야 하는 스스로에게 하는 말이다. 버티자. 일찍 출근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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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일에 대한 생각들

1. 흑백요리사가 여전히 화제다. 하도 여러 셰프들이 이렇다, 저렇다 해서 질릴 만도 한데 봐도 봐도 질리지 않는 사람은 에드워드 리 셰프다. 어떻게 사람이 파도 파도 미담만 나오지. 유퀴즈에 출연한 것을 봤는데 요리를 퍼즐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걸 여기로 옮기고 저걸 저렇게 하면 어떻게 되지?’하는 마음으로 본다고, 요리 앞에선 어린아이가 된다고

시들함은 해롭다

‘무엇이 나를 살아있게 만드는가’라는 책을 읽었다. 즐겨보는 ‘장동선의 궁금한 뇌’에서 소개해서 읽게 되었다. 책에서는 ‘시들함’이라는 마음 상태를 정의하고 이를 해소하기 위한 활력을 찾는 방법을 말한다. 마침, 당시 내 감정 상태도 딱 그러해서 공감하면서 읽었다. 책의 내용을 빌리자면 시들함은 다음과 같다. * 건강하고 경제적으로도 안정되었으니 축복받은 셈이라고 생각하면서 불안한

확실한 말을 하는 사람

나는 확실한 말을 하는 사람이고자 한다. 져주는 듯이, 내가 잘못을 그럴 수밖에 없었던 듯이 흘려보내는 것은 너무 쉽다. 어른이라면 이 정도로 알아듣고 넘어가자는 태도로 성숙하게 ‘그땐 그렇게 말하셔서 이런 뜻인 줄 알았어요’, ‘알겠어요, 그건 제가 오해한 게 맞는 것 같네요’. 라고 말하면 된다. 그럼 적당히 체면을 깎지 않는 선에서 ‘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