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력하는 디자이너들

4달간 트레바리에서 좋은 디자인이란 무엇인가를 주제로 독서 모임을 운영했다. 감사하게도 20명 정원이 꽉 차게 신청해 주셨고, 마지막 모임까지 14명이나 참석하는 모임을 마무리했다. 보통 2달 지나면 절반은 나오지 않는다고 하시는데 트레바리 측에서도 역대급 참석률이라고 축하해주었다.

매달 한 권씩 총 네 권의 책을 읽었다. 인스파이어드, UX/UI 10가지 심리학 법칙, 그렇게 쓰면 아무도 안 읽습니다, 그로스 해킹이었다. 성장하는 제품과 제품 팀에 대해 이야기하고, 좋은 디자인의 이론적 배경을 갖춰줄 책과 좋은 UX라이팅의 지식을 습득할 수 있는 책을 읽고 마지막으로 디자이너가 알아야 할 데이터와 지표에 관해 이야기 나눠볼 수 있도록 구성했다.

솔직히 매달 발제문을 준비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독서 모임 회원들은 모두 디자이너만 있는 것이 아니었고 연차, 연령대도 다양해서 너무 어렵거나 쉬우면 어떡하나 고민도 많이 했다. 그래도 매번 발제문보다 풍성하게 채워주시는 토론 덕에 생산적인 모임이 된 것 같다.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나에겐 나름 힐링이었는데, 대화를 나누다 보면 각자 얼마나 자기 일에 진지하게 여기는지 엿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긴, 일요일 아침 10시라는 장벽을 뚫고 바쁜 와중에 책까지 읽고 모임에 나오는 일이 쉽지는 않은 일이다. 그걸 해낸 사람들이니 매번 좋은 에너지를 받는 것이 당연하다.

자기 일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은 귀한 것 같다. 이 마음은 조금만 방심해도 흔적도 없이 사라지기도 하고 다른 욕심이 잡아먹어 버리기도 한다.

최근에 한동안 동료들에게 노잼시기라고 칭얼거린 적이 있다. 뭘 해도 재밌지 않고, 하루를 열심히 살아내려다가도 왜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 하지 싶어 다시 침대로 들어간 적이 많은 나날이었다. 그런 시기를 겪는 와중에 트레바리에서 얻은 자극, 회사에서 하던 일에서 약간의 진척, 행복하게 사는 누군가의 브이로그를 보면서 다시 잘해보고 싶은 마음을 먹는 것 같다.

이 블로그도 몇 명 보지도 않는 데 왜 쓰나 싶다가도, 혹시 누군가가 잘해보려는 마음을 보살피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으려나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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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쯤 하면 얼마나 잘하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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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덕트 디자이너가 본 '더 인플루언서'

'더 인플루언서'를 재밌게 봤다. '더 인플루언서'는 말 그대로 인플루언서들의 서바이벌 예능으로 SNS의 인플루언서들이 나와서 콘텐츠 댓글, 좋아요, 라이브 시청자 수 등을 두고 경쟁하는 프로그램이다. ‘뭐 재밌겠어?’ 하면서 보다가 내 직관이 계속 틀리니까 ‘이게 된다고?’를 외쳤고 계속 다음 화를 눌렀다. (약간 스포일러 주의) 내

롤모델을 반품하기

대체 왜 그러는지 모르겠는데, 난 자주 자기 전에 침대에 누워서 쇼핑을 한다. 밤만 되면 판단력이 흐려지는 것을 알면서도 열두 시가 지나면 할인이 끝난다는 말은 쉽게 포기가 되지 않는다. 그날은 검은색 홀터넥 셔츠를 구매했다. 다음 날 출근길에 들여다보니 그리 마음에 들지 않아 반품하려는데 이미 배송을 시작했다고 하여 취소할 수도 없었다. 하루하고

푸꾸옥에서 한 생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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