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은 누구도 피할 수 없는 OKR의 달이다. 분기별, 반기별, 연간 OKR을 세우는 팀이 있겠지만 그 누구도 1월에 OKR을 세우지 않는 곳은 없다. 우리 팀도 이번 달에 서비스의 지표를 돌아보고 어떤 것을 KR로 삼을지 고민했다. 그 과정을 겪으며 생각해 본 내 OKR의 기준을 적어보려고 한다.
선행지표에 해당할 것
내가 생각하는 좋은 KR은 후행지표가 아니라 선행지표여야 한다는 것이다. 선행지표는 앞으로 일어날 일을 예측하는 데 목적이 있다. 반대로 후행지표는 과거를 회고할 수 있다. 감량해야 하는 몸무게를 후행지표로, 오늘 먹은 음식의 칼로리와 운동량을 선행지표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가 쉽다. 서비스에 대입하자면 D+7 리텐션이 00%라면 대략 MAU가 00되겠구나 예측해 볼 수 있으니 D+7 리텐션은 선행지표고, MAU는 후행지표다.
좋은 KR이 선행지표인 이유는 그래야 결과로 마주하기 전에 행동을 해볼 기회가 많기 때문이다. D+7을 KR로 삼았을 때 실시간으로 행동의 방향을 조정하면서 여러 시도를 더 능동적으로 해볼 수 있는 상태가 된다. 후행지표를 봤을 때는 이미 결과가 나온 터라 뭔가 시도해 보기 늦은 경우가 많다.
피드백이 빠를 것
빠른 피드백을 줄 수 있는 KR이 좋다고 생각한다. 피드백이 빠르다는 뜻은 행동과 결과의 시차가 짧다는 뜻이다. 시차가 짧으니 즉각적인 수정이 쉽고 이는 더 빠른 학습으로 이어진다. 만약 초보 사진가가 있다고 가정해 보자. 어떤 카메라는 찍으면 바로 결과가 보이고 다른 것은 한 달 지나야 볼 수 있다. 둘 중 어떤 카메라로 사진을 찍어야 실력이 늘까. 당연히 바로 나오는 것이다. 한 달 지나서 본 사진은 그때 뭘 잘했는지 잘못했는지 기억이 안 나서 회고를 하기도 잘한 것을 반복하기도 어렵다.
KR도 마찬가지다. 피드백이 빨라야 학습이 쉽다. 그래서 지표를 Daily로 보면 액션도 Daily가 되고, Monthly로 보면 액션도 Monthly가 된다. 만약 D+7 리텐션을 올리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는 팀이라면 매일 신규 유입 고객의 코호트를 보면서 매일 다른 일을 할 거고 그 결과를 볼 수 있다. 반면 Monthly라면 특정 행동이 지표에 반영되기도 한 달이 걸리기 때문에 학습도 한 달 뒤에 일어난다. 이처럼 피드백이 빠른 지표는 빠른 학습으로 이어져서 결과적으로 같은 기간 내에 더 많은 성공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복합적이지 않고 단순할 것
복합적인 KR과 단순한 KR을 구분해보려 한다. 복합적인 KR은 여러 가지 원인이 영향을 준 것이고 단순한 KR은 원인과 결과가 직접적인, 상관관계가 큰 지표라고 생각한다. 이런 기준에서 (커머스 서비스라면) 총거래액은 복합적인 지표이고, 30일 이내 재구매율은 단순한 지표다.
나는 단순한 지표가 팀의 방향성을 명확하게 만들고, 추진력을 만든다고 생각한다. 총거래액을 KR로 잡아서 1.5배 늘리자는 목표를 세웠다고 가정하면 인당 거래 금액을 높일지, 구매자를 더 많이 데려올지, 재구매를 늘릴지 무엇이 집중할지 판단이 어렵다. 모두 다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반대로 30일 내 재구매율이 KR이라면 비교적 집중적으로 Action item을 생각할 수 있다.
개인적인 취향으론 기왕이면 작은 숫자
이건 개인적인 취향인데 KR은 우리끼리 보고 달리는 목적지인데 그걸 꼭 큰 숫자로 삼아야 할까 하는 생각을 한다. 다들 비슷한 경험을 했을지 모르겠다. 만약 리텐션을 KR로 잡는다고 가정해 보자. 이때 재방문의 기준을 무엇을 볼 것 인가 정의가 필요하다. 벌써 골치가 아프다. 어떤 사람은 거래가 이뤄지는 재방문만 유효하다고 보자고 하고, 어떤 사람은 그냥 구경만 하는 사람도 유효한 재방문으로 보자고 한다. 둘 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래서 그냥 이건 내 취향이다. 이때 나는 작은 숫자를 선호한다.
결제하는 고객과 그냥 방문하는 고객을 합쳐서 재방문이라 정의한다면, 우리가 어떤 액션을 함으로써 어떤 고객에게 영향을 줬는지 파악하기 어렵다. 만약 알고 보니 거래 없는 방문만 늘렸다면 실제 효용이 없는 숫자를 늘리려고 노력을 한 것이니 얼마나 허무한가. 심지어 그 사실도 알지 못하고 KR을 달성했다고 좋아하면서 말이다. 그런 이유로 나는 최대한 덜어내고 덜어내서, 작은 숫자이지만 나비효과를 일으킬 수 있는 지표를 KR로 삼자는 생각이다.
현실에서
이건 이상적인 나의 기준일 뿐이고 급히 현실로 돌아와 나는 그런 목표를 세우고 달려왔는가 하면 꼭 그렇진 않다. OKR을 정하는 것이 프로덕트 디자이너의 역할이 아닌 경우가 많고, 그럴 수 있다고 한들 나 말고 다른 사람들의 기준도 있기 때문이다. OKR을 정하는 문제는 딱 떨어지게 옳고 그름을 정하는 문제가 아니라 맞는 말 중에 어떤 맞는 말이 우리에게 부합할지 찾아가는 문제에 가깝다. 나의 기분만이 아닌 여러 이해관계를 따져야 하는 일이다. 하지만 좋은 OKR이란 무엇인지 나의 기준을 가지고 있는 것은 중요하기 때문에 이번 주 업무 일지에 정리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