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자영입니다. 오늘은 긴 인사를 하려 합니다.
지난 1년간 매주 1개씩 글을 썼습니다. 몇 년 동안 블로그 진짜 시작해야지, 진짜 정말 해야지 마음만 먹었는데, 새로운 직장으로 옮기는 것을 계기로 블로그 쓰기에 최초로 성공한 한 해였습니다.
처음에는 하고 싶던 말이 많아서 주 1회 쓰는 것이 어렵지 않았어요. 쌓아뒀던 말이 많았던가 봅니다. 종종 화풀이하듯 풀어낸 말도 있었는데, 아무래도 공개적인 곳에서 쓰려다 보니 스스로 정제를 하게 되었고 그로 인해 더 나은 생각으로 이어진 것은 다 읽어준 사람들 덕분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올해 초부터, 점차 주제가 단조로워진다는 위기를 느끼고 있었습니다. 창업, 새로운 곳으로 이직, PM에서 디자이너로 다시 돌아옴 같은 굵직한 변화가 걷히고 나니 저의 생활도 업무도 안정을 찾았고 다른 말로는 매주 큰 깨달음을 얻을만한 변화는 없어졌습니다. 그러다 보니 했던 말을 또 하고, 또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더불어 주 1회 발행을 한다는 강제성을 동력으로 움직이는 것은 좋았지만 반면, 오래 공들여서 쓸 말은 피하게 되고 쉽게 읽고 쉽게 쓸 수 있는 내용만 다루게 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변화가 필요하다고 판단이 들었습니다. 긴 글을 더 시간을 들여서 비정기적으로 써보려고 합니다. 짧은 생각은 종종 Post 형식이 아닌 Note로 쓸 것이지만 마찬가지로 비정기적으로 될 예정입니다. 이로써 정기적인 발행을 마치고 새로운 형식을 다짐하며, 써두고 나니 마음에 들었던 글을 정리해 보려 합니다.
만들고 싶은 좋은 제품 팀 문화에 관해 썼습니다. 글을 쓴 뒤에도 당장 우리 팀에서 이런 변화를 만들 수 있을까 생각이 많았습니다. 가장 현실적으로는 QA 기간을 더 앞당기고 길게 가져가는 것이 방법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이 정리되었어요. 일단 모든 스펙이 다 나오지 않아도 개발을 시작하고 QA를 하면서 디자인 디테일을 다루는 것이 일반적인 제품 팀에서 시작할 수 있는 출발점이 될 것 같습니다.
정체되어 있을 때 나에게 지금 어떤 것이 부족해서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지 판단해 보는 프레임워크로 삼고 있습니다. 그땐 쉽게 돈과 용기라고 썼는데 확정해서 생각하니 물적 자원, 심리적 자원이라고 봐도 좋을 것 같더라고요. 시간, 경제적인 지원, 공간적 지원 같은 물리적 자원이 없어서 나아가지 못하는지 아니면 지지, 여유, 용기 같은 심리적 자원이 부족한 것인지 판단하고 채우면 못 할 것이 없다는 생각은 여전합니다.
이 글을 계기로 사람을 보는 관점이 달라지게 되었습니다. 글에 적은 대로 “일단 믿어주는 게 나이브한 태도라고 생각했던 과거의 나를 반성하며 좀 더 따뜻하고 현명한 동료가 되고자 다짐”은 하지만 쉽지 않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어수룩하게 일단 믿으려고 하면 누군가에게 우스워지기도 하는 것 같고 미련해지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신뢰를 먼저 주는 태도로 사는 것에도 프로의 세계가 있겠지, 내가 아직 초보라서 우스워 보이는 것이겠지 생각하며 아직까진 ‘먼저 신뢰 주기’를 고수해 보려고 합니다.
디자이너 자아에 해방감을 준 생각입니다. 디자이너가 항상 좋은 솔루션을 내야하고 그 솔루션만이 제대로 문제 해결을 하고 좋은 지표를 뽑아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그 압박에서 벗어나도 될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디자이너가 도출해 내는 시각적 중단 과정이 없으면 더 좋은 솔루션도 나오지 않는 것은 확실하기에 “최선의 결과에 빨리 도달하게 하는 사람이 디자이너”라는 효능감을 느끼며 일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여기까지가 정기적인 글쓰기, 저 혼자 이름 붙여보자면 ‘블로그 시즌 1’ 이었습니다. 더 솔직하고 깊은 이야기를 쓸 수 있는 시즌 2를 천천히 열어보겠습니다. 그동안 댓글, 이메일, 링크드인 메시지로 잘 읽었다고 알려주신 분들과 내색하진 않으셨지만 속으로 좋아해주셨던 모든 분들께 감사 인사를 전합니다.
3초 더 시간을 내어주실 수 있다면 설문 응답도 해주시면 더욱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