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일요일 저녁 시간에 블로그를 발행하고 있다. 휴일이 껴있던 주말엔 이상하게 오픈율이 떨어져서 일정과 내용을 좀 더 자유롭게 쓰곤 한다. 이번 주도 그런 주간이다. 그래서 어제가 아닌 오늘 글을 내보낸다.
꾸준히 일주일에 한 편씩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은 작년 5월이다. 연말이나 명절처럼 긴 연휴에는 빼먹은 적도 있었지만, 꽤 성실히 써왔다. 덕분에 구독자도 91명이나 생겼고 그중 몇몇 분은 글을 올리자마자 읽어주신다. 또 그 중 일부와 오프라인에서 만나 뵙기도 했다. 아주 감사할 따름이다.
오프라인에서 만나면 항상 물어보시는 질문이 있는데, 어떻게 그렇게 꾸준히 쓰냐는 질문이다. 아직 1년도 되지 않은 습관이라 나도 이렇다 저렇다 말씀드리긴 부끄러워 어찌 쓰다 보니 그렇다고 말씀드리지만, 항상 글쓰기의 유용성에 대해서는 나름대로 영업을 열심히 한다.
올해부터는 업무일지라는 콘셉트로 일하며 드는 생각을 옮겨 적고 있다. 그러다 보니 디자인에 관해서도 쓰고, 직장인의 마음에 관해서도 쓰고, 스타트업 전반에 관해서도 쓰고 주제는 대중이 없다. 반면 글 쓰는 방식은 얼추 자리를 잡았다. 일주일간 잠깐씩 들었던 생각을 계속 메모해 두고 메모 뭉치들을 모아서 이걸로 뭘 써볼지 생각하다가 토요일쯤 어떻게든 꾸역꾸역 초안을 쓰고 일요일에 마감에 쫓기며 발행을 누른다.
하다 보면 글감이 없는 주간도 생긴다. 일에 치여 살면 아무 생각이 없어지고 너무 하루하루 만족스럽게 살면 또 할 말이 없어지기도 한다. 그런 주간은 목요일부터 마음이 조급하다. 아, 뭐라도 사건이 있어야 할 텐데 하고 괜히 막 뭘 읽어보고 영상을 찾아보기도 한다.
이런 모든 과정이 내가 글쓰기를 장려하는 이유다. 한 주에 하나의 생각이라도 하게 되는 것, 그리고 글을 쓰면서 생각 정리를 해두는 것 자체가 복리가 되는 습관이다. 이런 내 생각에 확신을 준 것은 Paul Graham의 에세이 ‘Writes and Write-Nots’이다.
몇 문장을 해석해 얹자면 다음과 같다.
글쓰기가 요구되는 사람들은 누구나 억지로라도 글을 배워야 했다.
그러나 이제는 더 이상 그렇지 않다. AI가 이 세상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글쓰기에 대한 거의 모든 압박이 사라졌다. 학교에서도, 직장에서도 AI가 대신 써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세상은 글을 쓰는 사람과 쓰지 못하는 사람으로 나뉠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변화가 정말 나쁜 것일까? 기술이 어떤 능력을 필요 없게 만들면, 그 능력이 사라지는 것이 일반적이지 않은가? 대장장이가 거의 사라졌지만, 그것이 큰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글쓰기는 다르다. 글쓰기는 곧 사고(思考)다. 사실, 글을 써야만 할 수 있는 사고방식이 존재한다. 이 점을 레슬리 램포트(Leslie Lamport)는 이렇게 표현했다.
"글을 쓰지 않고 생각하고 있다면, 사실은 생각하고 있다고 착각하는 것일 뿐이다."
살아가면서 매일 다른 것을 경험하고 배운다. 하지만 그걸 쌓아두기만 하면 정리하지 않은 방처럼 지저분해져서, 나중에 써먹으려고 해도 어디에다 뒀는지 찾을 수 없다. 글을 쓰는 것은 경험에 이름표를 붙여서 서랍에 차곡차곡 넣어두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생각으로 매주 한 가지의 생각만이라도 서랍에 넣어두자는 다짐으로 블로그를 쓴다.
경험을 서랍에 넣는 다른 방법도 하나 있다. 지식을 학습하는 것이다. 두루뭉술하게 느꼈던 것을 쓰고 싶은데 아무리 생각해도 뭔가 붙일 이름이 없다면, 나에게 더 붙일 이름표가 남아있지 않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럴 땐 개념을 배워야 한다. 안 풀리는 주제 혹은 관심 있는 주제에 대한 학습은 주로 이때 시작한다.
이 생활 습관이 완전히 내 몸에 익으면, 내 삶을 엄청나게 풍요롭게 해줄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오늘도 진짜 미루다가 결국, 마감을 해본다.
자영님의 글을 좋아하고, 그 꾸준함을 좋아해서 저도 블로그 시작하고 싶은 마음이 큰데, 습관을 만드는 것보다 제 생각이나 감정을 공개하는 용기가 없음이... 문제인 것 같아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