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토콜

프로토콜. 소통하기 위해 정해놓은 '규칙집' 또는 '약속’이나 특정 상황이 발생하면 따라야 하는 절차와 대처방안이다.

일어나서는 안 될 말도 안 되는 사건 때문에 일부 직업군은 더욱 유난히 혼란스럽고 바쁜 한 주였을 것이다. 나도 그런 한 주를 보냈다. 갑작스러운 계엄령 선포는 우리 팀이 운영하는 제품에 영향을 주었는데 그로 인해 새벽에 여러 시나리오를 고민하며 긴급 대응을 할 일이 있었다.

긴박하게 돌아가는 상황에 압도되었고, 솔직히 많이 두려웠다. 그러면서 평소에는 하지 않았을 잘못된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누군가가 툭 치고 정신 차려, 라고 말하지 않았더라면 그 결정을 그대로 실현했을지도 모른다.

사건 후 며칠간 당시 상황을 곱씹어봤다. 그러면서 도달한 결론은 압도되지 않고 오류를 범하지 않으려면 나의 프로토콜이 있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일단 이번에 배운 것은 ‘불확실성에서 빠르게 결정을 내려야 할 때의 프로토콜’이다.

이런 프로토콜을 몇 가지 만들어두면 패닉에 빠지지 않고 살 수 있겠다는 생각까지 확장되었다. 예를 들면 ‘일요일 저녁 월요병 발생 시 프로토콜’, ‘할 일 너무 많을 때 프로토콜’, ‘갑자기 컨디션 안 좋을 때 프로토콜’ 등등. 당장은 ‘올리브영 세일시 프로토콜’이 유용할지도 모르겠다.

성실한 근로자들에게 특히 자주 찾아오는 증상들이 몇 가지 있다. 평생 이렇게 사는 건가 하는 냉소적인 생각, 회사에서 부품이 된 것 같다는 무력감, 갑자기 치솟는 퇴사 욕구 같은 증상들이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치닫는 생각이 틀릴 때도 많았다. 그럴 때 프로토콜이 쓸모가 있지 않을까. 경험을 통해 나만의 프로토콜이 쌓이면 점점 현명한 사람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아무튼, 내 개인적인 깨달음과 별개로 이 비정상적인 현실이 빠른 시일내에 회복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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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처음은 욕심만큼 못해

잘 해내고 싶어서 욕심을 부릴 때가 있다. 하지만 욕심만큼 잘 해내는 일은 자주 일어나지 않는다. 내 욕심은 100에 있는데 실제로 할 수 있는 건 80정도 성취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번 주 인터렉션을 매끄럽게 잘 만들고 싶은 화면이 있었다. 레퍼런스도 엄청나게 찾아보고 계속 파고들면서 이것저것 시도해 봤는데 결론은 허무하게도 복잡한 효과가 들어가지

회사 안의 내가 행복해야 회사 밖의 나도 행복하다.

참여하는 디자이너 스터디가 있다. 한 달에 한 번 책이나 특정 주제에 관해 이야기하는데 지난 12월에는 연말답게 1년의 디자인 작업을 돌아보며 어떻게 일을 할 것인지에 관해 이야기했다. 이야기하다 보니 직장인으로서 누구나 빠지기 쉬운 순환 고리를 알게 되었는데 흐름은 이렇다. * 의욕적으로 회사 일을 열심히 하고 스스로를 갈아 넣는다. * 하다 보면 내 선에서

신뢰의 와우 모먼트

많은 영역이 직감으로 작동한다고 믿는다. 특히 사람에 대해서는 더욱 그렇다. 첫인상이 오래 가는 것처럼 말이다. 최근에 신뢰도 선형적으로 쌓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감각적으로 작동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유저가 어떤 서비스의 가치를 깨닫고 계속 쓰게 되는 순간을 와우 모먼트라고 말한다. 이 공식은 디지털 제품이 아니더라도 모든 경험에 존재한다. 고생하더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