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선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 중에서 스타벅스를 좋게 평가하는 사람은 거의 보지 못했다. 커피 애호가들은 스타벅스 커피에서는 그을린 맛(나쁘게 표현하자면 탄 맛)만 강하게 난다며, 풍미가 단순하다고 말한다. 그들의 말이 틀리지 않았다. 숙련된 바리스타가 핸드드립으로 내린 커피는 토스트 향부터 산 딸기향까지 다채로운 향과 맛이 난다. 그럼에도, 나는 ‘스타벅스 따뜻한 아메리카노 톨 사이즈'(이하 스타벅스 커피)를 옹호해보고자 한다.

스타벅스 커피는 가산점을 줄 이유는 없지만, 딱히 점수를 깎을 것도 없다. 애호가들의 말처럼 스타벅스 커피에서 그을린 맛이 아닌 고소한 견과류 맛이 나면 좋겠고, 차갑게 마셨을 땐 살짝의 베리 향이 느껴지면 좋겠다. 하지만 그렇다고 못 만든 커피는 아니다. 스타벅스 커피의 양은  4,100원에 걸맞게 넉넉한 편이고, 물과 에스프레소 샷의 비율도 적당하다. 매장에서 마시면 따뜻하게 데워진 하얀 전에 담아주며, 가지고 나간다면 종이컵에 뚜껑을 덮고 초록색 플라스틱 스틱으로 뚜껑의 입구를  막아서 흐르지 않게 담아준다. 모든 커피는 지점과 바리스타의 실력과 관계없이 품질이 보장되고, 계절 구애받지 않고 향도 일정하다. (커피도 과일이다. 한 해 한 번 수확해서 1년을 쓰는 것이다. 보통 가을에 커피 열매를 따기 때문에 겨울엔 갓 재배한 원두이지만 가을엔 지난해의 원두다. 해마다 작황의 편차도 있기 때문에 품질도 고르지 않다. 그런 상황에서 같은 맛을 내는 것은 대단히 어렵다) 매장의 분위기 또한 같은 수준으로 쾌적하다. 어떤 개인 카페는 좌석 수를 늘리려고 무리하게 만든 자리가 있기도 한데, 스타벅스의 모든 좌석은 정해진 간격에 맞게 배치되어있다. 음악도 그렇다. 카페 주인의 음악 취향을 걱정할 필요 없이 약속된 배경 음악이 나온다.

나는 보장된 것을 좋아한다. 커피의 가격이 4,100원이면, 가끔 그보다 더 값진 것이 나올 수는 있어도 4,100원보다 못한 게 제공되면 안 된다. 정가가 3,000원이지만 어떨 땐 5,000원짜리 커피가 나오기도 하고 어떨 땐 1,000원도 못한 커피가 나오기도 하는, 스릴 넘치는 카페는 불안하다. 커피는 매일 마시는 일상적인 음료이기 때문에 심기를 거스르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커피의 경우, 온도는 혀를 데일 정도로 과하게 뜨거우면 안 되고, 테이크 아웃 컵은 컵의 몸통을 이루는 종이가 서로 맞닿는 가장자리에서 커피가 질질 새면 안 되고, 500원 더 주고 용량을 늘린 빅사이즈는 에스프레소 양은 그대로고 물만 더 부은 것 같은 흐리멍덩한 맛이면 안 된다.

평온한 일상을 위해서, 스타벅스 커피를 자주 마신다. 오늘도 해야 할 일이 산더미인데 아침부터 커피가 기분을 상하게 할 순 없다. 주로 아침에 커피를 사지만 저녁에 마시는 날도 있다. 살아가는 것이 너무 변화무쌍해서 도무지 미래가 어떻게 달라질지 모르겠을 때, 어둑한 창가에 앉아서 뜨거운 커피를 홀짝거리며 내일도 같은 커피를 마실 수는 있겠다는 기대를 해보는 일은 심신 안정에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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