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일에 대한 생각들

  1. 흑백요리사가 여전히 화제다. 하도 여러 셰프들이 이렇다, 저렇다 해서 질릴 만도 한데 봐도 봐도 질리지 않는 사람은 에드워드 리 셰프다. 어떻게 사람이 파도 파도 미담만 나오지. 유퀴즈에 출연한 것을 봤는데 요리를 퍼즐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걸 여기로 옮기고 저걸 저렇게 하면 어떻게 되지?’하는 마음으로 본다고, 요리 앞에선 어린아이가 된다고 했다. 맞지. 일이란 그런 것이었지. 진지한 실험을 해나가는 것이지. 다시 "Great design is serious, not solemn"이라는 생각을 다잡고, 폴라 셰어의 Ted 영상을 보면서 내 일에 대해 생각한다.
  2. 제품이 얼마나 쉬워야 할까, 어느 정도는 선택지를 줘야 하고 어느 정도 생각할 필요 없이 알아서 해줘야 할까. 편의성을 위해서 선택지를 없애는 것은 괜찮고, 전환율을 위해서 선택지를 없애는 것은 문제가 있는 걸까. 둘 다 결국 제공하는 경험은 똑같은 거 아닐까. 사용자가 할 수 있는 일이 도파민에 길들어서 확인, 확인, 확인, 다음, 다음, 다음을 누르는 것 같단 생각이 들기도 한다.
  3. 링크드인도 결국 SNS다. 무슨 말이냐면, 보통의 SNS처럼 링크드인도 커리어 중 가장 빛나는 어떤 순간의 스냅샷을 박제하는 곳이다. 오히려 그런 순간은 인스타그램보다 더 가끔 발생하는 일이다. 하루의 좋은 모습, 일주일간 가장 멋진 모습을 자랑하는 게 아니라 몇 달간 하나, 아니 몇 년간 하나 포스팅할 거리를 만들어서 올리는 거니까. 멋진 성과를 적은 포스팅을 보면서 경력이 물경력이 될까 봐 두렵고, 너무 주목받지 못하는 일을 하는 것 같아 불안하지 않아도 된다. 다들 그렇게 일하고 아주 가끔 수년에 한 번쯤 빛나는 순간이 오는 것일 뿐. 누구나 그런 순간이 올 거고 그땐 그 스포트라이트를 즐기면 된다. 하지만 대부분의 시간은 묵묵하게 해야 하는 일을 하면서 내실을 다지는 거다.
  4. 함께 잘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동료가 되고 싶다. 잘하는 동료 말고, 그냥 함께 일하면 편한 동료 말고, 이 사람이랑 일하면 잘 해보고 싶은 마음이 드는 사람. 이번엔 될 것 같은 기대가 드는 사람. 나는 아직 그런 동료가 되려면 먼 것 같은데, 까마득한데, 지향점은 그렇다. 한때는 그저 제일 성과가 좋고, 역량이 뛰어나다는 것을 보여주면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하지만 그렇게 모인 동료애는 성과가 떨어지는 순간 위태로워지기도 하는 걸 보게 되었다. 그보단 이번엔 잘 안되더라도 다음에 잘할 수 있을 것 같은 팀원이 되는 것. 되고 싶은 최고의 동료는 그런 것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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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의 와우 모먼트

많은 영역이 직감으로 작동한다고 믿는다. 특히 사람에 대해서는 더욱 그렇다. 첫인상이 오래 가는 것처럼 말이다. 최근에 신뢰도 선형적으로 쌓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감각적으로 작동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유저가 어떤 서비스의 가치를 깨닫고 계속 쓰게 되는 순간을 와우 모먼트라고 말한다. 이 공식은 디지털 제품이 아니더라도 모든 경험에 존재한다. 고생하더라도

시들함은 해롭다

‘무엇이 나를 살아있게 만드는가’라는 책을 읽었다. 즐겨보는 ‘장동선의 궁금한 뇌’에서 소개해서 읽게 되었다. 책에서는 ‘시들함’이라는 마음 상태를 정의하고 이를 해소하기 위한 활력을 찾는 방법을 말한다. 마침, 당시 내 감정 상태도 딱 그러해서 공감하면서 읽었다. 책의 내용을 빌리자면 시들함은 다음과 같다. * 건강하고 경제적으로도 안정되었으니 축복받은 셈이라고 생각하면서 불안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