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를 맞더라도 최선을

좋은 디자인을 위해서 맷집이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회사에서 동료 디자이너가 성공적으로 제품을 개선한 사례를 디자인 팀 내에 공유했는데 그 얘기를 들으면서 생각했다. 이번 사례를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던 이유를 물어보니, 너무 걱정하지 말고 가장 좋은 것을 해보자는 결정 때문이었다고 했다.

종종 디자이너는 최선의 경험을 디자인하고 나서 이래도 될지 하는 고민에 빠진다. 세부 정보도 미리 알려줘야 할 것 같다, 고객 문의가 많이 들어올지도 모른다는 우려로 간결한 처음 디자인 대신 복잡한 화면이 최종안이 된다. 마치 부작용만 줄줄이 쓰여 있어서 대체 몇 알을 먹어야 하는지 찾기 어려운 의약품 뒷면처럼.

심플한 디자인이 좋다는 것에는 모두가 동의하지만, 혹시라도 들어올 민원, 법률적 탄탄한 근거 마련의 필요성을 생각하면 심플함을 택하기 어려울 때도 많다. 그런데 그 팀은 ‘일단 최선을 다해보기로, 혹시 문제가 생긴다면 잠깐 두들겨 맞으면서 해결해 보기로’ 했다고 한다. 최선 안을 택해보고 그게 문제가 생기면 그때 정면승부로 해결해 보겠다는 것은 말이 쉽지, 이런 의사결정을 내리기 쉽지 않다.

디자인 외에도 최선이 두려워서 차선을 택하는 경우는 많다. 프로모션 이벤트를 기획할 때 단순한 정책을 택하면 좋겠지만 교묘하게 사용하는 사례가 있을까 봐 조건이 복잡해진다. 사내 복지 제도를 정할 때도 남용할 사례를 걱정해서 쓸데없이 제약이 많아져서 복지의 효과를 발휘하지 못할 때도 많다. 악용하는 사례가 얼마나 있을지 가늠이 되지 않아 더 두렵기 때문에 많은 경우 두려운 최선보다, 안전한 차선을 택하는 것이 더 쉽다.

어떻게 안전한 차선 대신 최선을 택하자고 설득할까. 그 팀의 사례를 통해 힌트를 얻었다. 효과적인 설득은 ‘생각보다 문제가 적을지도 몰라요‘가 아니라 ‘혹시 문제가 생기면 다 같이 해결하죠’일지도 모르겠다. 문제가 발생하면 법무팀은 이렇게 해결할게요, 그럼 고객 대응은 이렇게 할게요, 제품을 바로 이렇게 바꿀게요, 다 같이 잠깐 뚜드려 맞고 빨리 다른 방법을 찾자고 하는 것이다. 계산된 용기는 무책임과는 다르다.

실제로 그 팀은 걱정했던 것만큼 문제가 많이 발생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런 경험이 쌓이면 더 대담하고 큰 시도를 해볼 수 있는 팀이 될 것 같다. 최선을 택하자는 용기는 디자이너가 낼 수 있는 경우도 많다. 디자이너들은 항상 가장 좋은 것을 만들어내고, 지켜낼 의무가 있다고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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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처음은 욕심만큼 못해

잘 해내고 싶어서 욕심을 부릴 때가 있다. 하지만 욕심만큼 잘 해내는 일은 자주 일어나지 않는다. 내 욕심은 100에 있는데 실제로 할 수 있는 건 80정도 성취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번 주 인터렉션을 매끄럽게 잘 만들고 싶은 화면이 있었다. 레퍼런스도 엄청나게 찾아보고 계속 파고들면서 이것저것 시도해 봤는데 결론은 허무하게도 복잡한 효과가 들어가지

회사 안의 내가 행복해야 회사 밖의 나도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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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의 와우 모먼트

많은 영역이 직감으로 작동한다고 믿는다. 특히 사람에 대해서는 더욱 그렇다. 첫인상이 오래 가는 것처럼 말이다. 최근에 신뢰도 선형적으로 쌓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감각적으로 작동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유저가 어떤 서비스의 가치를 깨닫고 계속 쓰게 되는 순간을 와우 모먼트라고 말한다. 이 공식은 디지털 제품이 아니더라도 모든 경험에 존재한다. 고생하더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