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안의 내가 행복해야 회사 밖의 나도 행복하다.

참여하는 디자이너 스터디가 있다. 한 달에 한 번 책이나 특정 주제에 관해 이야기하는데 지난 12월에는 연말답게 1년의 디자인 작업을 돌아보며 어떻게 일을 할 것인지에 관해 이야기했다.

이야기하다 보니 직장인으로서 누구나 빠지기 쉬운 순환 고리를 알게 되었는데 흐름은 이렇다.

  • 의욕적으로 회사 일을 열심히 하고 스스로를 갈아 넣는다.
  • 하다 보면 내 선에서 할 수 없는 일의 장벽에 부딪힌다.
  • 내 회사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허탈해진다. 회사와 거리를 두고 일은 일, 나는 나 자아를 분리한다.
  • 회사 일이 재미가 없다. 이게 다 무슨 의미인가 싶다.
  • 이렇게 재미없게 일을 하는 것도 아닌 것 같아서 다시 열심히 해본다.
  • (처음부터 반복)

나는 지난 한 해, 아니 더 오랜 기간 동안 이 순환 고리의 어딘가에서 허우적거렸다. '회사 안의 내가 행복해야 회사 밖의 나도 행복하다.'는 생각을 열쇠로 탈출구를 찾아보려고 마음먹었다. 회사 안에서의 노력, 성취와 개인의 행복을 선택의 문제로 보는 것이 문제였다. 둘 다 잘 해야 하는 것이라, 선택의 프레임으로는 이 순환을 벗어날 수 없었다.

일만 열심히 하면 나를 위해 쓸 시간이 없을 것 같다고, 그리고 그게 맞다고 착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문제가 아니라 에너지 고갈이 문제라고 재정의해 보니 다르게 보인다. 회사에서 내가 즐겁게 일하지 못하니까 퇴근하면 에너지가 없고 운동을 하거나, 일기 쓰는 등의 자신을 위한 시간을 보낼 생각이 들지 않는 것이다. 회사에서 일에 치이고 스트레스받는 것이 아니라, 행복하게 일한다면 퇴근 후의 시간도 더 생기 있지 않을까. 그게 회사 안의 나도 행복하고 밖의 나도 행복한 길일 수 있겠다.

이 관점으로 보면, 어떻게 에너지 관리를 하면서 회사 일을 하느냐가 관건이다. 스터디 이후에 따로 연말 회고를 했는데 그때 힌트를 찾았다. 내가 찾은 것은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흐르게 두기'이다. 스트레스를 계속 떠안고 계속 힘들어하지 않고, 지금 스트레스를 받았구나, 조금 있다가 자연스럽게 흘러가도록 두어야겠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런 방식의 스트레스 관리를 위해서 stress watch라는 앱을 새로 사보기도 했는데 스트레스 지수가 치솟다가 다시 평온한 상태로 되돌아오는 그래프를 보면서, 흘려보내는 것이 역시 맞다는 것을 시각적으로 확인하곤 한다)

오는 스트레스 막으려 애쓰지 말고 차라리 떠나가도록 내버려두기, 그래서 일하는 자아와 노는 자아 모두의 행복을 도모하기. 이걸 2025년의 큰 목표로 잡아보려 한다. 이 관점이 삶을 더 편안하게 만들어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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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해내고 싶어서 욕심을 부릴 때가 있다. 하지만 욕심만큼 잘 해내는 일은 자주 일어나지 않는다. 내 욕심은 100에 있는데 실제로 할 수 있는 건 80정도 성취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번 주 인터렉션을 매끄럽게 잘 만들고 싶은 화면이 있었다. 레퍼런스도 엄청나게 찾아보고 계속 파고들면서 이것저것 시도해 봤는데 결론은 허무하게도 복잡한 효과가 들어가지

신뢰의 와우 모먼트

많은 영역이 직감으로 작동한다고 믿는다. 특히 사람에 대해서는 더욱 그렇다. 첫인상이 오래 가는 것처럼 말이다. 최근에 신뢰도 선형적으로 쌓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감각적으로 작동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유저가 어떤 서비스의 가치를 깨닫고 계속 쓰게 되는 순간을 와우 모먼트라고 말한다. 이 공식은 디지털 제품이 아니더라도 모든 경험에 존재한다. 고생하더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