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의 유령정체
최근 제품 조직 구조에 대해 생각이 많았는데 하드씽에서 유용한 구절을 읽었다. 조직 구조는 누구와 누가 커뮤니케이션을 할 것인지 정하는 것이고, 어디로 모든 정보가 몰릴 것인지 정하는 일이라고 했다. 그렇게 보니까 쉽게 답이 나올 것 같았다.
내 생각은 조직 구조의 깊이가 짧아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중간 관리자들을 최대한 없는 조직을 만드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생각한다. 조직이 복잡해지면 커뮤니케이션 비용이 너무 많이 발생한다. 뭔가 일이 생기면 팀장들이 다른 팀과 회의하고 그걸 또 각 팀원에게 소통하고, 그 사이에 정보 누수가 생기는 일이 너무나 많이 발생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 있는 모든 사람을 (특히나 실제로 그 일을 하지 않을 매니저들) 설득해야 하므로 의사결정도 복잡해진다. 한 가지 결정을 위해서 2심, 3심이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렇게 모든 팀원이 말을 전하느라 바쁘게 돌아다니면 의사결정의 유령정체가 발생한다. 유령정체는 길이 밀릴 이유가 없는데 차들이 차선을 자주 바꾸거나 앞 차와 불필요하게 밭게 운전하면 발생하는 정체다. 원인 제공자가 아무도 없기에 유령정체라고 부른다.
조직구조도 마찬가진데, 한가지 결정을 위해서 불필요한 전달이 필요하면 유령정체가 발생한다. 이걸 막기 위해서는 최대 2 스텝 안에 결정이 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좋겠다는 게 현재의 결론이다. 2 스텝이라고 함은, 1 : 나와 내 옆의 팀원, 2 : 직속 매니저 또는 챕터 리드.
여기서부터 더 복잡해진다. 이제 문제는 어떻게 빠르게 의사 결정하면서도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는지로 바뀌기 때문이다. 의사결정에 2심, 3심을 두는 것은 결정이 잘못됐을 경우 바로잡기 위함이다. 즉, 이 결정이 정말 맞는지 매니저,챕터 리드, 타 조직 리드에게 확인하는 이유는 만일 의사결정에 결함이 있다면 필터링될 수 있게 만들어 둔 것이다. 이런 체계가 아닌 내가 주장하는 단순한 의사결정 체계를 만들기 위해서는 잘못된 의사결정을 쉽게 고칠 수 있는 유연한 제품 구조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만약 새로 개선한 기능이 기존보다 성과가 좋지 않다면, 바로 롤백하거나 배포를 멈출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한다. 팀이 어떤 시도를 해도 안전한 제품 구조가 단순한 조직 구조의 핵심이다. 자동으로 시스템을 모니터링하고, 성과를 측정하고, 최선 안을 출시하는 배포 시스템이 의사결정의 유령정체를 해결해 볼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한다.
빠르게 움직이자고 조직만 바꾸면 안 된다. 그러면 진짜 문제가 일어날 수 있다.
↪하드씽 벤 호로위츠 지음, The Hard Thing, 297p, "직원들 사이에 효과적인 소통을 원한다면 최선의 방법은 같은 관리자에게 보고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에 반해 조직도상에서 더 멀어질 수록 소통도 더 부족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