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들함은 해롭다
‘무엇이 나를 살아있게 만드는가’라는 책을 읽었다. 즐겨보는 ‘장동선의 궁금한 뇌’에서 소개해서 읽게 되었다. 책에서는 ‘시들함’이라는 마음 상태를 정의하고 이를 해소하기 위한 활력을 찾는 방법을 말한다. 마침, 당시 내 감정 상태도 딱 그러해서 공감하면서 읽었다.
책의 내용을 빌리자면 시들함은 다음과 같다.
- 건강하고 경제적으로도 안정되었으니 축복받은 셈이라고 생각하면서 불안한 마음을 채울 길이 없는 상태
- 지금의 삶이 나쁘지 않지만 내가 왜 여기 있는지 모르겠고, 마음속에서는 ‘삶에 뭔가 다른 것이 있을 거야’라고 말하는 상태
- 일에서 의미나 성취감을 얻은 적도 있지만 넓게 생각하면 아무 의미가 없어 보이는 상태
- 삶을 다시 채워줄 무언가는 놓쳤다는 느낌에 사로잡혀 불안하지만, 그게 뭔지는 모르는 상태
책의 내용을 다 요약할 수는 없고 일부 자극받은 내용이 있어 정리해 두고 싶어 정리해 본다. 도움이 된 내용 하나는 ‘기분 좋음에 집착하지 않기’이고, 다른 하나는 ‘덕질의 필요성’이다.
다시 말하지만, 우리는 행복을 지나치게 주목한다. 전형적인 미국식 유행에 따라 흔히 ‘좋은’ 기분을 추구하며 가능한 한 직접 빠르게 목표를 이루려 한다.
이 내용을 풀어쓰자면, 당장의 기분 좋음과 궁극적으로 활기차게 사는 것은 거리가 있다는 말이다. 당시 나는 나름의 난관에 빠져서 ‘열심히’ 살지 못했는데 ‘이렇게 하기 싫은데 왜 하지. 꼭 열심히 (=피곤하게) 살아야 하는 걸까’, ‘굳이 자기관리 안 하고 싶으면 안 해도 되는 것 아닌가. 일찍 일어나기 싫으면 안 해도 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에 사로잡혀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살수록 더 만사가 더 귀찮아지고 삶이 시들해졌다.
그 해답을 책에서 찾게 되었다. 당장 조금 귀찮고 괴롭더라도 일찍 일어나서 운동을 갔다 오는 것이 활기찬 생활에 도움이 된다. 귀찮더라도 청소하고 내 집을 정돈하는 것이 결국 더 행복하게 만든다. 주말에 집에 콕 박혀 있고 싶더라도 동네 산책을 다녀오는 것이 더 스트레스가 풀린다.
기분은 금세 좋고 싫어지는 것이니 기분을 초월해서 건강하게 사는 게 좋겠다는 설득이 되니까 몸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무거나 먹고 아무 때나 자고 일어나는 것을 그만두고 운동을 다시 시작하고, 건강하게 먹기를 시도해 보고 있다.
이 책은 시들함의 반대를 ‘활기참’이라고 정의하는데 활기를 유지하기 위해서 다섯 가지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 내가 선택한 것을 배우는 것
- 서로 동등하다고 생각하는 관계
- (이건 좀 비과학적이라고 생각이 되어서 내 취향은 아니지만) 사색, 명상을 비롯한 수행을 통한 무한을 추구하는 것
- (이것도 좀 종교적이라서 별로 내키지 않지만) 삶의 목적
- 노는 것
나머지는 다 나름 내 삶에서 잘 채워져 있다고 (아니면 그건 필요가 없다고) 생각이 들지만 ‘내가 선택한 것을 배우는 것’은 갖추지 못한 요소였다. 배우는 것은 이런 것을 뜻한다.
(배운다는 건 해야 하기 때문이 아니라) 사퀴테리 보드에 열을 올리기, 새로운 빈티지 스토어를 찾아서 옆 마을까지 차를 몰고 가기 등 자신만의 소소한 즐거움을 찾는 행위를 말한다.
예를 들어 ‘비행기 착륙 방법’을 검색해 어디로 연결되는지 확인하거나 실험적인 칵테일 레시피를 실험해 본다.
그러니까 쉽게 말하면 덕질이다. 이 책을 읽은 주말 내내 갑자기 혼자 노래를 불러보고, 사두고 처박아둔 우쿨렐레를 딩가딩가 해보기도 했는데 쉽지 않았다. 연말까지 뭔가 시도해 보는 것이 과업이 될 예정이다.
약간은 비과학적이라고 생각되는 내용도 있었는데 아무튼 나에게 자극을 주었고 긍정적인 변화를 줬으니 좋은 책이라고 볼 수 있겠다. 저자는 수년간 연구 끝에 시들한 상태가 오래되면 번아웃, 우울증, 스트레스, 업무 생산성 하락, 심지어는 조기 사망까지 이르는 상태에 취약해진다는 것을 발견했다고 하니 가끔 시들한 기운이 들 때마다 뭐든 사보고, 해보고, 배워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