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로 성공하기
나만 믿는 웃긴 이론들이 있는데 그 중 하나는 “블로그의 UI 심미성과 글의 깊이는 관련이 없다”는 것이다. (의심이 된다면 Sam altman, Paul graham의 블로그, 김창준님의 블로그를 봐도 좋다.)
Sam altman의 startup playbook 시리즈를 읽다가 마음에 남은 구절이 있다.
많은 네트워킹 이벤트에 참석하고 여러 사람들 앞에서 연설한다고 해서 유망한 출발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초기 성공에 얽매이지 마세요. 초기에 성공을 거둔 스타트업 창업가는 두 가지 경로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하던 일을 계속하거나, ‘개인 브랜드’에 대해 많은 시간을 고민하고 창업가라는 지위를 즐기는 것입니다.
- startup playbook
창업을 결심한 이 시점이라 더 의미심장하게 들렸다. 내가 지금 그 욕심에 빠져 창업을 결심하는 것 아닌지 경계심을 세워보는 계기가 되었다. 창업하는 것이 초기 성공을 하기 위해서는 아닌데, 우리가 성공한 모습을 어느 스타트업 전문지에 “올해의 스타트업”에 선정되거나, 유명 유튜브 채널에 나와서 회사의 성공 스토리를 푸는 것으로 스냅샷 찍은 것은 아닌가하고 생각했다.
서비스의 성공은 아마도 절대 그런 모습이 아닐 것이다. 인터뷰를 위해 찾아온 기자와 사진작가가 사무실에 찾아오고, 마지막으로 사진 몇 장만 찍을게요 하며 플래시를 터뜨리는 순간이 절대 성공의 순간이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오히려 시시하다.
지표는 매우 조금씩, 하지만 복리의 형태로 성장할 거다. 딱 어떤 순간을 잡을 수 없을 것이다. 서비스는 조금씩 나아질 것이다. 우리 제품을 사랑하는 사람들도 아주 조금씩 생길 것이다. 어느 날부터 갑자기 ‘이 제품이 너무 좋아요’하는 러브레터가 쌓여있는 일은 없을 것이다. 1건의 고객 이메일이 5건이 되고, 50건이 되어가는 것이 더 현실적이다.
물론 글에서 지적한 것처럼 “같은 업계의 다른 창업가들이 주목받고 있을 때 그걸 지켜보는 것 견디기 어려운 경우”가 있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도 계속 서비스에만 집중하고 제품을 실제로 성장시키는 것에만 몰입해야 한다. 성공하는 것처럼 보이는 게 아니라 실제로 성공하기를 해내야 한다.
창업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제품에도 동일한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아직 우리 제품을 사랑하는 고객이 없는데 팬덤을 일으킬 만한 브랜딩을 고민하는 것도 마찬가지의 일이다. 이 문제에서는 나도 떳떳하지 않다. 창업하고 싶은 디자이너으로서 ‘나중에 창업하면 진짜 멋진 브랜딩, 디자인 시스템을 잘 갖춘 제품을 만들어야지’하는 생각이 많았다. 그래서 서비스를 만들기도 전에 괜히 레퍼런스를 뒤지고, 로고를 계속 스케치해보곤 했다.
하지만, 이게 다 성공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과 뭐가 다른가. 시작하는 단계에서는 있어 보이는 로고, 키 비주얼이 중요한 게 아니라, 없어 보여도 쓰겠다는 사람이 있는 게 훨씬 중요하다. 가독성이 좋지 않고, 모바일이 지원되지 않더라도 밑줄 치면서 읽을만한 글을 쓰는 것이 중요한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