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의 와우 모먼트

많은 영역이 직감으로 작동한다고 믿는다. 특히 사람에 대해서는 더욱 그렇다. 첫인상이 오래 가는 것처럼 말이다. 최근에 신뢰도 선형적으로 쌓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감각적으로 작동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유저가 어떤 서비스의 가치를 깨닫고 계속 쓰게 되는 순간을 와우 모먼트라고 말한다. 이 공식은 디지털 제품이 아니더라도 모든 경험에 존재한다. 고생하더라도 산에 올라서 정상을 바라봤을 때, “이 맛에 오지”하는 마음이 들어서 또 고생하게 되는 마법 같은 경험의 시나리오가 신뢰에도 적용된다.

나의 경우, 그 순간은 내 기준에도 해야 하는 일을 내 기준에 맞는 수준으로 하는 것을 봤을 때인 것 같다. 그러면 그 동료를 신뢰한다. 그리고 내가 생각지도 못했지만 필요했던 일을 하거나, 내가 상상할 수 있는 범위를 뛰어넘어서 수행할 때 신뢰를 넘어 존경하게 된다.

이런 것은 순간일 때가 많다. 동료 피드백을 하면, 아 그분이 어떤 일을 하셨더라 생각에 잠기는 경험이 모두에게 있으리라 생각한다. 동료의 일을 잘 파악하는 것도 에너지가 드는 일이라 바쁘게 내 일을 하다 보면 다른 사람의 일은 자세히 모르게 된다. 그런 메커니즘 때문에 신뢰는 매일 점수가 차곡차곡 쌓이는 게 아니라 어떤 순간 이 사람을 신뢰하는지 아닌지 판단하게 되는 것이다.

이 생각으로 인해 하고 싶었던 말은 내가 뭘 어떻게 잘하고 있는지 모두 알리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어차피 내가 타인 각자의 역치를 넘어 ‘잘’하는 순간은 애쓰지 않아도 상대방의 레이더에 잡힌다. 그러니 보여주기에 연연하지 않고 내 기준에서 잘 하고 있으면 신뢰를 얻을 것이다.

반대로 신뢰의 와우 모먼트를 경험하면 반대로 불신으로 돌아서기도 어렵다. 그 또한 강력한 정뚝떨 모먼트가 필요하다. 그러니 사소한 것으로 내가 신뢰를 잃게 되는 것은 아닐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이야기 또한 하고 싶었다.

스스로에 대해 생각할 때 주어를 타인으로 바꾸면 쉬이 생각하지 않았을 결론을 내리곤 한다. 오늘 이런 실수를 했는데 이걸로 내 신뢰가 깎이면 어떡하나 하는 생각. 만약 주어를 팀원 000 님이 그런 실수를 했다면 나는 바로 신뢰를 깎을 것인가로 되물어보면 질문 자체가 우스워 보이기도 한다.

Read more

요즘 일에 대한 생각들

1. 흑백요리사가 여전히 화제다. 하도 여러 셰프들이 이렇다, 저렇다 해서 질릴 만도 한데 봐도 봐도 질리지 않는 사람은 에드워드 리 셰프다. 어떻게 사람이 파도 파도 미담만 나오지. 유퀴즈에 출연한 것을 봤는데 요리를 퍼즐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걸 여기로 옮기고 저걸 저렇게 하면 어떻게 되지?’하는 마음으로 본다고, 요리 앞에선 어린아이가 된다고

시들함은 해롭다

‘무엇이 나를 살아있게 만드는가’라는 책을 읽었다. 즐겨보는 ‘장동선의 궁금한 뇌’에서 소개해서 읽게 되었다. 책에서는 ‘시들함’이라는 마음 상태를 정의하고 이를 해소하기 위한 활력을 찾는 방법을 말한다. 마침, 당시 내 감정 상태도 딱 그러해서 공감하면서 읽었다. 책의 내용을 빌리자면 시들함은 다음과 같다. * 건강하고 경제적으로도 안정되었으니 축복받은 셈이라고 생각하면서 불안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