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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일에 대한 생각들

1. 흑백요리사가 여전히 화제다. 하도 여러 셰프들이 이렇다, 저렇다 해서 질릴 만도 한데 봐도 봐도 질리지 않는 사람은 에드워드 리 셰프다. 어떻게 사람이 파도 파도 미담만 나오지. 유퀴즈에 출연한 것을 봤는데 요리를 퍼즐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걸 여기로 옮기고 저걸 저렇게 하면 어떻게 되지?’하는 마음으로 본다고, 요리 앞에선 어린아이가 된다고

시들함은 해롭다

‘무엇이 나를 살아있게 만드는가’라는 책을 읽었다. 즐겨보는 ‘장동선의 궁금한 뇌’에서 소개해서 읽게 되었다. 책에서는 ‘시들함’이라는 마음 상태를 정의하고 이를 해소하기 위한 활력을 찾는 방법을 말한다. 마침, 당시 내 감정 상태도 딱 그러해서 공감하면서 읽었다. 책의 내용을 빌리자면 시들함은 다음과 같다. * 건강하고 경제적으로도 안정되었으니 축복받은 셈이라고 생각하면서 불안한

확실한 말을 하는 사람

나는 확실한 말을 하는 사람이고자 한다. 져주는 듯이, 내가 잘못을 그럴 수밖에 없었던 듯이 흘려보내는 것은 너무 쉽다. 어른이라면 이 정도로 알아듣고 넘어가자는 태도로 성숙하게 ‘그땐 그렇게 말하셔서 이런 뜻인 줄 알았어요’, ‘알겠어요, 그건 제가 오해한 게 맞는 것 같네요’. 라고 말하면 된다. 그럼 적당히 체면을 깎지 않는 선에서 ‘나는

규격에서 벗어나기

얼마 전에 이사했다. 이전 집과 주방 구조가 특히 달라 고민했다. 냉장고 옆자리에 김치냉장고를 넣을 만한 자리가 있는데 난 김치냉장고 안 쓰니까 그곳에 원래 쓰던 전자레인지 수납장을 놓으면 되겠거니 계획했다. 미리 폭의 크기를 재어보는 꼼꼼함까지 부렸는데 막상 가져와서 설치하니 애매했다. 폭만 맞고 뒤에 공간이 남았다. 30센티 정도. 겉으로 보이진 않지만, 뒤에

좋아서 쓰는 제품

이번 주말에는 현대카드에서 주최하는 이벤트인 다빈치 모텔에 다녀왔다. 언제부터 현대카드를 썼더라. 대학생 때 외국 디자인 서적을 무료로 볼 수 있다는 디자인 라이브러리에 가고 싶어서 현대카드를 만들었다. 그땐 어렸을 때라 연회비가 가장 싼 카드를 골랐던 기억이 난다. 그러다가 고메위크에 관심이 갔고(번번이 예약은 실패했지만), 예쁜 카드 플레이트를 갖고 싶었고, 코스트코가 필요했고,

똑똑한 디자이너에 대한 환상

복잡성을 이해하는 것이 똑똑함이라는 오해가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문제를 단순화하는 것이 진짜 능력이다. 디자이너에게도 마찬가지다. 제품 전략을 세우기 위해 시장을 면밀하게 분석한 자료, 빈틈없는 경쟁사 비교를 몇 페이지에 나눠 설명을 듣고 있으면 너무 많은 숫자와 그래프에 압도당해 그걸 잘 이해하는 사람이 똑똑한 디자이너인 것 같다. 하지만 단언컨대, “그래서 해결할

10년쯤 하면 얼마나 잘하겠어

이번 주에 생일이 있었고, 나이를 한 살 더 먹었다. 평소에 생각하기를, 앞으로 나이는 더해질 일만 있고 줄어들 일은 없는데 계속 슬프게 생각해 봤자 지는 게임이다, 나이 드는 것을 한탄하길 그만두자 이렇게 마음을 먹어왔다. 그렇긴 했어도 생일이란 센치해지기 마련인 건지, 또 그새 그걸 유튜브 알고리즘이 눈치챈 건지 “나답게 잘 사는 40대가

프로덕트 디자이너가 본 '더 인플루언서'

'더 인플루언서'를 재밌게 봤다. '더 인플루언서'는 말 그대로 인플루언서들의 서바이벌 예능으로 SNS의 인플루언서들이 나와서 콘텐츠 댓글, 좋아요, 라이브 시청자 수 등을 두고 경쟁하는 프로그램이다. ‘뭐 재밌겠어?’ 하면서 보다가 내 직관이 계속 틀리니까 ‘이게 된다고?’를 외쳤고 계속 다음 화를 눌렀다. (약간 스포일러 주의) 내

롤모델을 반품하기

대체 왜 그러는지 모르겠는데, 난 자주 자기 전에 침대에 누워서 쇼핑을 한다. 밤만 되면 판단력이 흐려지는 것을 알면서도 열두 시가 지나면 할인이 끝난다는 말은 쉽게 포기가 되지 않는다. 그날은 검은색 홀터넥 셔츠를 구매했다. 다음 날 출근길에 들여다보니 그리 마음에 들지 않아 반품하려는데 이미 배송을 시작했다고 하여 취소할 수도 없었다. 하루하고

푸꾸옥에서 한 생각들

1. 『퇴근길의 마음』 을 읽었다. 휴가지에서는 에세이만 한 것이 없고 언제나 나의 선택은 이다혜 작가와 하루키 언저리에서 결정된다. 부디 이 작가들이 매해 책을 써주길 빌어본다. 노는 김에 무엇을 한다고 생각하면 노는 시간도 일이 된다. … 이른바 일의 연장으로서 인간관계가 여가 활동에도 전부 연결되어 있다면 이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업계를 떠난 뒤에도

Work Journal

노력하는 디자이너들

4달간 트레바리에서 좋은 디자인이란 무엇인가를 주제로 독서 모임을 운영했다. 감사하게도 20명 정원이 꽉 차게 신청해 주셨고, 마지막 모임까지 14명이나 참석하는 모임을 마무리했다. 보통 2달 지나면 절반은 나오지 않는다고 하시는데 트레바리 측에서도 역대급 참석률이라고 축하해주었다. 매달 한 권씩 총 네 권의 책을 읽었다. 인스파이어드, UX/UI 10가지 심리학 법칙, 그렇게 쓰면

Design

디자인에 기대하지 않는 조직의 디자이너는 무엇을 할 수 있나

디자인에 대한 기대감이 낮은 팀에 속해 있다면, 디자이너가 할 수 있는 일이 제한적인 것이 현실이다. 디자인이 가져올 임팩트에 대해 신뢰가 낮다면 모든 것이 결정된 뒤에 디자이너에게 프로젝트의 세부 사항이 공유되고 그렇기에 디자이너의 자율성도 떨어질 수밖에 없게 된다. 디자이너가 뭐라도 더 좋게 바꿔보고 싶어서 개선점을 계속 제안한다 해도 상황이 크게 나아지진

Work Journal

멘탈관리와 GPT

매일 컨디션 관리를 위해 비타민을 먹는 것처럼 정신적 컨디션 관리를 위해서도 습관이 필요하다. 명상이 효과적이라는 말을 듣고 시도도 해봤지만, 적절한 명상법을 찾지 못했다. 명상 가이드를 듣는 내내 딴생각을 하거나 잠들기 일쑤였다. 좀 더 적극적인 방법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다가 멘탈 헬스 케어 서비스들을 탐색하게 되었는데 국내에서는 디스턴싱이라는 서비스가 있었고, 해외 서비스로는 Stoic이

이 화면은 마지막이 아닌 중간에 있다.

한때 우아한 형제들의 ‘송파구에서 일 잘하는 방법 11가지’라는 포스터가 주목을 받은 적이 있다. 고루한 단어를 골라 엄격하게 작성해야 할 것 같은 조직 문화를 매우 캐주얼하게, 캐주얼하다 못해 아예 마음에 콕콕 박히게 써서 모두 공감할 수 있었기 때문인 것 같다. 몇 년이 지나서 우아한 형제들의 ‘배민다움’에 대한 정의는 꽤

직업은 애증

몇 년 전 ‘연예인 매니저로 살아남기’라는 프랑스 드라마를 재밌게 봤다. 연예 기획사의 매니저들의 에피소드를 담은 넷플릭스 시리즈이다. 나는 일 욕심이 많아서인지, 직업의 희로애락을 다루는 오피스 물을 모두 재밌게 보는 편이다. 이런 드라마를 보면 주인공들의 바보 같은 실수, 무모한 열정, 가끔의 희열에 나도 모르게 힐링 받는다. 문득 이 드라마가 생각이

Work Journal

헐렁한 결심

최근 나의 삶을 극단적으로 바꿔준 요물이 있다. 바로 오닉스 팔마다. 휴대폰 사이즈의 작은 이북 리더기인데, 리디 페이퍼와 킨들을 써도 책을 안 읽었던 나로선 큰 기대는 없이 적어도 조금은 인스타그램을 멀리할 수 있을까 싶어 샀는데 대박이다. 한 달간 팔마로 출퇴근길에서만 4권을 읽었다. 나의 독서 루틴은 이러했다. 아침에 출근길에 약 30분 정도

매를 맞더라도 최선을

좋은 디자인을 위해서 맷집이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회사에서 동료 디자이너가 성공적으로 제품을 개선한 사례를 디자인 팀 내에 공유했는데 그 얘기를 들으면서 생각했다. 이번 사례를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던 이유를 물어보니, 너무 걱정하지 말고 가장 좋은 것을 해보자는 결정 때문이었다고 했다. 종종 디자이너는 최선의 경험을 디자인하고 나서 이래도 될지 하는 고민에 빠진다.

밋밋한 취미 옹호론자

새 회사에 출근한 지 이 주가 지났다. 아직 얼굴은 익숙하지만 이름이 바로 떠오르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는 어색한 상태다. 빨리 어색함을 풀고 싶어 매일 새로운 사람들과 점심을 먹는데, 음식이 나오기 전에 이런저런 얘기를 하면서 ‘취미가 있으세요?’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이 질문을 들으면 좀 아득해진다. 왜냐면, 나는 이렇다 할 취미가

Design

디자이너 커리어에 관한 생각

얼마 전 디자이너 영화님을 통해 오픈 커피챗을 열어볼 기회가 있었다. 오픈 커피챗이라는 말이 생소했는데 요지는 내 경력을 소개하고 나와 이야기 나눠보고 싶은 분들을 신청받아 대화를 나누는 것이다. 5명이라도 신청해 주면 다행이라고 생각했는데 70명 가까이 신청해 주셔서 너무 감사했다. 커피챗 신청을 받을 때 신청서를 통해 어떤 내용을 나누고 싶은지, 하는 일은